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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설한 블로그 섹션에서 나누어 소개할 조르조 아감벤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가운데 첫 번째 글입니다.

아감벤은 오늘날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사상은 문화, 종교, 정치의 근본적인 기원 일부를 다루며, 이를 드물 만큼 섬세하게 엮어내 인간의 창조성과 의미를 향한 열망이 지닌 연약하면서도 무한한 잠재력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조르조 아감벤 | 풀비스 아트 언스 블로그

사랑의 관념

낯선 이와 친밀하게 살아가기.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거나 알아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낯설고 멀게 두기. 드러나지 않게 하기. 그의 이름이 그를 온전히 담을 만큼 드러나지 않게 하기. 그리고 불편함 속에서도 날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언제나 열려 있는 장소이자 사그라들지 않는 빛이 되기. 그 안에서 그 존재, 그 사물은 영원히 드러나면서도 차단되어 있다.

                                                                                               G. 아감벤

 

조르조 아감벤은 이 절묘하고 짧은 산문 작품에서 급진적이면서도 다정한 사랑의 관념을 제시한다. 이 관념은 함께 살아가는 방식, 온전히 타자인 인간과 실존의 공간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아감벤에게 사랑하는 이들, 삶의 동반자들이 지닌 타자성을 축소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타자성은 끊임없이 존재하며, 다가가고 이름 붙이고 의미의 지평 안에 그를 자리매김하려는 모든 몸짓과 다정한 손길, 모든 말 속에서 작용한다. 사랑이 맞서고 다루어야 하는 것은 두 몸, 두 영혼 사이의 이 다가갈 수 없음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여기에는 명백한 모순, 역설이 있다. 아감벤은 에세이의 첫 문장에서 이를 표현한다. - 낯선 이와 친밀하게 살아가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낯선 이가 되는 것,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공유하는 세계를 만들며, 인간 존재의 연약함이 미묘한 모든 결을 드러내는 친밀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러나 아감벤에게 이는 사랑에 대한 직관적 이해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명확하고 용기 있게 표현되지 않으면 사랑이 보편적이면서도 지극히 구체적인 숭고한 힘, 즉 존재에 무한성과 필연적 한계를 함께 부여하는 힘이 되는 더 깊은 의미의 층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철학자는 낯설고 멀다는 말로 이것을 표현하려 한다. 사랑의 핵심에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 내재적 거리다. 이 거리, 혹은 아감벤의 글에 나오는 표현을 다시 빌리자면 봉인된 상태야말로 흔히 품는 직관과 함께함과 나눔에 관한 모든 추상적 관념을 벗겨 냈을 때 사랑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감벤 사상의 핵심은 타자와 완전히 하나가 되거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데서 나타나는 사랑의 구체성이다. 그렇다고 친밀함이나 연약함, 하나 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관계 속에서 그것들의 본질과 필요성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거리를 알아야 하고,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새겨진 타자성과 그 사람의 낯섦을 느끼고,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함께하는 삶의 침묵과 부재와 일상을 경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모든 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감벤에게 빈자리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판단과 자신의 선입견이 주는 안도감에서 물러나는 한 방식이다.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자, 이 숨김없는 타자성과 그것이 드러내는 환원할 수 없는 거리를 받아들이는 데 바탕을 둔 공유된 실존의 공간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서로를 인정할 때에만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아름다운 역설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로 뭉친 세계가 아니라,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해야 할 수많은 차이로 가득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가장 숨김없는 사랑은 사랑하는 이의 다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그 사람의 연약하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켜 내는 용기다. 그 다름은 사랑을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다정함으로, 생명 그 자체를 향한 보살핌으로 바꾸어 놓는다.

저자: Yakim Petrov

저자 - Yakim Petrov - Pulvis Art Urns 철학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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